시어머니에게 아기를 맡기고 잠시 나갔다 왔더니 아기의 패션이 바뀌어있다.
그런데 아기의 엉덩이가 훤히 드러난, 생전 처음 보는 옷이다.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중국인 시어머니가 손녀에게 입힌 ‘짜개바지’가 등장해 화제가 됐다. 한국인 며느리 함소원씨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중국인 남편은 그런 아내와 어머니 사이에서 난감해한다. 시어머니도 시큰둥한 며느리 반응에 서운한 감정을 숨기기 어렵다. 짜개바지는 배변훈련의 핫 아이템일까, 옛 농경사회의 유물일 뿐일까.
◇ 배변훈련을 짜개바지로 시작한다고?짜개바지는 중국어로 카이탕쿠(开裆裤)라고 하는데 한자 뜻대로 풀이하면 ‘가랑이가 열린 바지’라는 뜻이다. 실제로도 중국 여행을 가보면 현지 길거리에서 짜개바지를 입은 아이를 목격할 수 있다.
짜개바지는 유아가 대소변을 보기 편하도록 구멍이 난 것처럼 가랑이가 열려 있다. 돌 정도 되어 걷기 시작할 즈음이 되면 1년 정도 짜개바지를 입혀 대소변을 보고 싶을 때 옷을 내리거나 올릴 필요 없이 바로 용변을 볼 수 있게 하면서 배변훈련을 유도한다고 한다.
대소변을 보는 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아니다 보니 집안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지날 때, 식당에 있을 때, 버스를 탈 때도 유아가 용변을 보는 것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도시에서는 이런 일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라고.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낸 죽마고우를 뜻하는 단어로 ‘짜개바지 친구(开裆裤 朋友)’라는 말도 있다 하니 중국에선 꽤 친근한 아기 옷임은 틀림없어 보인다. 또 아이가 짜개바지를 입고 배변훈련을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는 말도 있고, 기저귀도 아낄 수 있어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사라져버린 짜개바지. 하지만 배변훈련에서 중요한 것은 그 방법이 어떻든지 간에 먼저 아이가 기저귀를 뗄 준비가 됐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다.
◇ 기저귀 떼는 배변훈련, 언제 시작할까?일반적으로 기저귀를 떼는 배변훈련 시작시기는 생후 1.5~2년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 시기가 들어맞는 것은 아니며, 아기의 발달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1. 잘 걷는다 =대개 걸음마를 시작하고 배변 시간이 일정해질 때 배변훈련을 시작한다. 잘 걷는다는 것은 다리의 다양한 근육과 기능이 발달해 변기가 있는 곳까지 제 발로 잘 걸어가 앉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2. 쉬, 응가라는 단어를 표현할 수 있다 =용변을 보고 싶다고 인식할 수 있고,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또는 바지나 팬티를 내리거나 내리는 시늉을 할 수 있다면 용변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것으로 본다. 아이가 어느 정도 의사표현을 할 수 있을 때 시작해야 배변훈련을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3. 2시간 이상 소변을 보지 않는다 =2시간 이상 기저귀를 차지 않고 생활해도 소변을 보지 않는다면, 즉 소변을 보는 주기가 2시간 정도라면 생리적으로 대소변을 참을 수 있는 기능이 발달했다고 볼 수 있다. 대소변을 가린다는 것은 용변 신호를 느끼고 그것을 참았다가 적당한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방광, 대장, 괄약근 등이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4. 변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유아용 변기나 화장실 변기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스스로 다가가기도 하며, 혼자 앉아 책을 보는 등 변기에 대한 친숙함이 형성돼야 한다. 그래서 유아용 변기를 고를 때는 멜로디가 나온다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 배변훈련에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칭찬’해야 한다기저귀를 떼는 배변훈련은 아이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지만 양육자에게도 끊임없는 인내와 감정소모가 수반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독려하고 칭찬하는 것이다. 심지어 실수하거나 변기에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조차도 말이다.
하이닥 건강 q&a에서 소아청소년과 상담의사 고시환 원장은 “배변훈련은 단지 지금의 모습만이 아닌 그 간 아이의 성장과 발달, 성격, 정서, 심리적, 또 지능발달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간의 육아환경이나 배변훈련을 위한 과정 등의 복합적 내용이 되고는 한다”고 설명하고, “배변만이 아닌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곁으로 보이는 소견만이 아니라 조금은 전반적, 그리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변화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변훈련을 시작하고 이를 완성해가는 시기인 1.5~3세 시기를 프로이트는 ‘항문기’라 정의하고, “이러한 대소변 훈련 시기에는 리비도(성충동, 정신적 에너지)가 항문 주위에 집중되며, 배설물을 보류하고 방출하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또 “배변훈련은 배변으로 인해 얻어지는 만족감을 방해한다”고도 지적했다. 에릭슨은 이 시기가 자율성과 수치감이 대립하는 시기로 “신체적, 심리적 성숙으로 대소변 가리기와 같은 자기 통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이 과정에서 성공하게 되면 자율성이 형성되고 미숙함을 우려하는 부모의 규제를 받거나 실패에 부딪히게 되면 자신에 대한 수치와 회의에 빠진다”고 분석했다.
즉 배변훈련 과정은 단순한 기저귀를 떼는 시간이 아니라 자아를 형성하고 발전해가는 심리적 과정이므로 양육자가 조급하고 성급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금물이다.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면서 대소변을 가리는 것이 즐거운 일임을 깨닫고 성공할 때까지 든든한 조력자이자 버팀목이 되야 한다.
◇ 배변훈련 시작하기1. 아이가 배변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는 신호를 캐치한다 =앞서 언급한 아이의 발달상황을 고려하여 배변훈련 시작 시기를 잡는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의 용변이 마려운 표정과 몸짓과 같은 것을 익혀둬야 하며, 그런 조짐을 보일 때 ‘쉬하러 가자’는 식으로 변기 사용을 유도할 수 있다.
2. 배변훈련 시작 후 3개월 여유를 갖는다 =배변훈련을 시작하면서 변기 사용 횟수가 증가하면 기저귀를 채우지 않는 단계로 들어간다. 물론 이 시기에 아이가 실수를 많이 할 것이다. 최소 3개월간 여유를 갖고 실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이를 이해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양육자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다. 절대로 스트레스를 주지도, 받지도 말자.
3. 배변훈련으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아이가 배변훈련에 스트레스를 받아 자신감을 잃어가면 변비나 야뇨증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아무리 변기에 앉아도 일을 보지 않다가 변기에서 일어나자마자 대소변을 보기도 한다. 아이의 배변 리듬에 맞춰 변기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최소 만 3세는 지나야 스스로 완전한 배변을 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조급해해서는 안 된다. 또 이 시기에는 어린이집과 같은 낯선 환경에 노출되거나 동생을 보게 되는 등 새로운 스트레스 요인이 생길 수 있으므로 심리적인 퇴행은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4. 화장실에서 혼자 용변을 해결한다 =아이가 스스로 화장실에 가서 혼자 용변을 해결하면 배변훈련은 성공한 것이다. 칭찬을 많이 해주고 지지해준다.
5. 배변훈련 시기가 아닐 수도 있다, 안 되면 과감하게 기저귀를 채운다 =대소변 가리기에 적응하지 못하고 양육자도 아이도 지쳐간다면 누구 하나 얻을 것이 없는 지루한 싸움이 된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기저귀를 채우고 다른 적당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좋다.
출처: 건강이 궁금할 땐, 하이닥
(www.hidoc.co.kr)